박람회에서 상담받고 오니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박람회에서 상담받고 오니 오히려 더 머리가 복잡해졌다

대전 웨딩박람회 구경하다가 기가 다 빨린 날

주말에 짝꿍이랑 대전에서 열리는 결혼 박람회를 다녀왔다. 결혼 준비 순서 같은 걸 인터넷으로 대충 찾아보긴 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분위기가 완전 다르더라. 사람들이 왜 웨딩업체순위나 후기를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는지 알 것 같았다. 박람회장은 사람으로 꽉 차 있었고, 업체 분들이 다들 자기네가 제일 좋다고 말씀하시는데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특히 어떤 곳은 상담 한 번 받는 데도 30분 넘게 기다려야 해서, 그냥 서서 입구 쪽 전단지만 몇 개 챙겨 들고 나왔다. 웨딩드레스 업체들도 수십 곳이 모여 있으니까 오히려 어디가 어디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더라.

대전 ICC 웨딩홀은 구경도 못 하고 상담만

우리는 대전 ICC 웨딩홀 쪽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막상 상담 테이블에 앉으니 식장 예약 상황보다 스드메 패키지 구성부터 들이미는 게 조금 의아했다. 결혼식 20일 전까지도 멍들까 봐 걱정이라던 어떤 운동선수 뉴스처럼 우리도 예식 당일까지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아 보였다. 7월이나 8월쯤 비수기에 하면 비용을 800만 원이나 아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깃하기도 했는데, 폭염 속에서 식을 올리는 게 쉬운 일일까 싶어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 결국 예식장 상담은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일단 팜플렛만 잔뜩 챙겨서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 앉았다.

동남아냐 유럽이냐 신혼여행 고민만 깊어짐

사실 결혼 준비보다 더 고민되는 건 신혼여행지다. 박람회 허니문 부스에서는 발리 패키지부터 유럽 여행까지 정말 다양하게 제안해주더라. 1인당 항공권 가격이 시기에 따라 20만 원에서 60만 원대까지 널뛰기한다고 하니 지금 당장 결제하기가 망설여졌다. 어떤 분들은 가성비 따져서 동남아로 가고 남은 돈으로 투자를 한다는데, 또 언제 멀리 나가보겠냐며 유럽을 고집하는 마음도 있다. 몰디브 같은 곳은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높아서 견적서 받아보고 살짝 당황했다. 1박에 10만 원 안팎 하는 숙소도 괜찮아 보였는데, 신혼여행인데 너무 검소하게 가는 건가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웨딩 촬영 커플룩 준비가 제일 쉬웠다

준비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했던 건 웨딩 촬영 때 입을 커플룩 고르는 일이었다. 그냥 평소에 입는 편한 옷 중에서 깔끔한 걸로 골랐는데, 업체에서 빌려주는 화려한 드레스나 턱시도보다 훨씬 우리다운 것 같다. 사진 찍을 때 표정 연습은 아직도 어색하지만, 그래도 옷은 해결했으니 다행이다 싶다. 박람회에서 받은 상담 내용들을 정리해보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하나를 결정하면 다른 하나가 문제고, 돈을 아끼자니 격식이나 평생 한 번뿐이라는 생각이 발목을 잡는다.

끝내지 못한 숙제들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짝꿍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눴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결혼식장 위치부터 여행지까지, 남들은 다들 쉽게 결정하는 것 같은데 우리만 이렇게 우왕좌왕하나 싶기도 하다. 다음 달에 또 다른 박람회가 있다는데, 이번처럼 아무런 수확 없이 구경만 하고 올까 봐 겁이 난다. 인터넷에는 결혼 준비 순서가 잘 정리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은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변수가 많다는 걸 이번에 절실히 느꼈다. 어쩌면 완벽한 준비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식장 예약만이라도 빨리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댓글 1
  • 발리 패키지 가격이 워낙 다양하니까, 꼼꼼하게 비교하는 게 정말 중요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