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고르다 며칠을 보냈다

회사 직원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고르다 며칠을 보냈다

검은색 원피스가 아니면 입을 게 없다

이번 주 토요일에 회사 팀장님 결혼식이 있다. 사실 팀장님이랑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팀 전체가 움직이는 분위기라 빠질 수가 없었다. 문제는 옷장이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그나마 단정해 보이는 원피스가 전부 검은색이다. 작년에 친구 결혼식 때 샀던 12만 원짜리 미디 기장 원피스도 블랙이고, 2년 전에 샀던 오피스룩용 원피스도 블랙이다. 가방도 하필이면 블랙 가죽 숄더백뿐이다. 이게 민폐일까 싶어 검색을 해보니 요즘은 딱히 신경 안 쓴다는 의견이 많긴 한데,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내가 너무 장례식장 가는 사람처럼 보이나 싶어 덜컥 겁이 났다.

77사이즈의 비애와 온라인 쇼핑의 한계

급한 마음에 인스타그램 광고에 뜨는 여성 쇼핑몰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보통 모델들이 입은 옷들은 다 44나 55 사이즈라 내가 입었을 때의 핏이 전혀 상상이 안 된다. ‘빅사이즈 하객룩’이라고 검색해서 들어간 곳들도 사실 받아보면 허리선이 너무 높거나 팔뚝 부분이 터질 듯해서 반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후기를 꼼꼼히 읽었는데, 77사이즈를 입는다는 어떤 분이 올린 리뷰 사진을 보니 모델 핏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일단 급하니까 8만 원 정도 하는 베이지색 블라우스랑 슬랙스를 주문해버렸다. 택배가 금요일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안 맞으면 진짜 답이 없다.

웨딩 사진 속 하객들의 분위기를 상상하다

결혼식 준비하는 사람들은 웨딩 사진이나 촬영용 드레스 고르느라 정신없겠지만, 하객인 나는 그저 단체 사진 찍을 때 너무 튀거나 너무 칙칙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예식장 분위기가 호텔 예식이라 꽤 화려할 것 같은데, 내가 산 옷이 너무 캐주얼해 보이지는 않을지 계속 신경 쓰인다. 예전에 다른 사람 결혼식에서 흰색 원피스 입고 온 하객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서, 흰색은 아예 제외했다. 그러다 보니 또 검은색 아니면 베이지인데, 이 고민을 며칠째 하고 있는 나 자신이 좀 웃기기도 하다.

당일 아침의 선택과 예식장 고민

결국 금요일 밤에 택배가 도착했다. 입어보니 생각보다 핏이 나쁘지 않다. 다만 상의 블라우스 어깨라인이 약간 어정쩡하게 떠서 신경이 쓰인다. 1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결국 처음 고민했던 블랙 원피스에 진주 목걸이라도 하나 해서 포인트를 줘야 하나 싶다. 남들은 그냥 대충 입고 간다는데,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다. 예식장 도착하면 아마 다들 본인 꾸미기에 바빠서 남의 옷은 신경도 안 쓸 텐데 말이다.

결론 없는 하객룩 고민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옆에 블랙 원피스와 방금 배송받은 베이지색 세트를 두고 고민 중이다. 사실 팀장님이 나한테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닐 텐데, 괜히 가서 기만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식장에 30분 일찍 도착해서 식장 분위기를 좀 보고 결정해야 하나 싶다. 진짜 하객룩 하나 정하는 것도 이렇게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본인 결혼식 준비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 보고 더 낫다 싶은 걸로 집어 들고 나갈 생각이다.

댓글 1
  • 검은색 옷만 찾고 있다 보니, 정말 톤 다운된 느낌이라 걱정되네요. 예식장 분위기가 화려할 텐데, 조금이라도 밝은 색상 하나 정도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