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에서 견적 받고 머리가 더 복잡해진 이유

박람회에서 견적 받고 머리가 더 복잡해진 이유

결혼 날짜가 정해지니까 가장 먼저 닥친 게 신혼여행지 고민이었다. 다들 8월에 떠나면 스위스가 그렇게 좋다고 해서 처음엔 무작정 유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사실 여행사 끼고 준비하면 편하다고들 하길래, 주말에 허니문 박람회라는 걸 처음으로 가봤다. 코엑스였나,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는데 들어가자마자 왁자지껄한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상담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노트북 화면을 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일단 앉아서 견적부터 뽑아보기

어떤 여행사 부스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상담사가 다짜고짜 우리 예산부터 물었다. 우리는 대략 800에서 1,000만 원 정도 생각한다고 했더니, 스위스 일정이면 그 정도 예산으로는 조금 타이트할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7박 9일 일정인데 호텔 숙박비랑 이동하는 기차 패스 가격만 해도 꽤 든든하게 잡아야 한다고 했다. 2월이나 4월 같은 비수기에는 조금 더 저렴하게 갈 수 있다는데, 우린 이미 8월로 날짜가 고정이라 딱히 선택지가 없었다. 상담사가 보여주는 사진 속 융프라우는 정말 그림 같았지만, 눈앞에 놓인 견적서의 숫자는 왜 그렇게 현실적인지 모르겠다.

자유여행과 패키지 그 사이 어딘가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왜 여행사를 끼려고 했나 싶기도 하다. 사실 스위스는 치안이 좋아서 자유여행도 많이 간다던데, 결혼 준비로 이미 에너지를 다 쏟아부어서 그런지 비행기 티켓이랑 숙소 예약하는 것조차 숙제처럼 느껴졌다. 박람회에서 받은 상담은 일종의 안전장치 같은 거였을까. 근데 막상 계약서를 쓰려니 수수료 명목으로 붙는 금액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은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는 게 훨씬 싼 경우도 많고, 발리 같은 곳은 리조트 2박권만 해도 꽤 쏠쏠한 혜택인데 스위스는 딱히 그런 패키지 혜택이 크게 와닿지가 않았다.

8월의 날씨와 기차 이동의 피로도

가장 걸리는 건 역시 8월의 더위와 기차 이동이다. 유럽도 여름엔 꽤 덥다고 하는데,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기차역을 오르내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무릎이 아픈 것 같다. 고등학교 친구는 신혼여행으로 세부나 보홀 같은 휴양지 가서 마사지나 실컷 받고 오라는데, 그 말도 솔직히 일리가 있다. 항공권이 1인당 40~60만 원대면 다녀올 수 있는 휴양지랑 스위스의 비용 차이를 생각하면,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나 싶기도 하다.

결정을 내리기 전의 막연한 불안함

결국 박람회에서는 아무것도 계약하지 않고 나왔다. 상담사가 준 팸플릿만 잔뜩 들고 나왔는데, 사실 지금 내 마음은 반반이다. 스위스의 그 푸른 풍경을 눈에 담고 싶은 마음과, 그냥 비행기 시간 짧은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매일같이 싸운다. 누군가는 평생 한 번뿐인 신혼여행인데 돈 좀 더 써서 좋은 곳 가라고 하고, 누군가는 무리하지 말라고 한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결혼식 준비도 산 넘어 산이라 여행지 고민까지 겹치니까 마음이 영 불편하다.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은 채로

주변에서는 그래도 예약 빨리 해야 성수기 가격 방어(?)가 된다고 하는데, 솔직히 지금 당장 결제 버튼을 누르기가 망설여진다. 만약 스위스 갔다가 날씨라도 안 좋으면 어쩌지? 박람회에서 들었던 말들이 자꾸 맴돌아서 그런지,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 싶으면서도 또 막상 정보를 찾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여행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복잡한 과정 자체가 끝났으면 하는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내일 다시 여행사 사이트나 한번 더 들여다볼까 싶지만, 아마 또 한숨만 쉬고 창을 닫게 될 것 같다.

댓글 1
  • 스위스 여행,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유로움만큼이나 계획 짜기가 정말 어렵네요. 융프라우 사진은 정말 멋있지만, 견적을 보니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것도 알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