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씨에 모든 걸 걸어야 했던 광주 야외 결혼식의 첫인상
지난 주말에 아는 형의 결혼식이 있어서 광주에 다녀왔다. 장소가 흔히 가는 실내 예식장이 아니라 야외정원이라고 해서 출발 전부터 날씨 걱정이 좀 되긴 했다. 요즘 같은 계절은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고 낮에는 해가 너무 뜨거우니까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애매했다. 네비게이션을 찍어보니 광주 상무지구에서 차로 25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외곽에 위치한 야외 정원 카페였는데, 버스 노선도 마땅치 않아서 결국 동행할 사람들을 모아 택시를 탔다. 초행길이라 입구를 못 찾아서 기사님도 몇 번이나 길을 헤맸고, 좁은 비포장도로로 들어가면서 차체 밑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날 때마다 다들 입을 다물었다. 도착하자마자 초록색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있긴 했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셋팅해 둔 안내 입간판이 툭하면 쓰러지고 있었다. 야외 로망이라는 게 참 날씨 하나에 모든 판가름이 나는구나 싶었다.
생각보다 길어졌던 야외에서의 대기 시간과 자잘한 불편함
야외식이라서 그런지 식 간격이 4시간 정도로 아주 널널하게 잡혀 있다고 했다. 보통의 빽빽한 예식 공장 같은 느낌이 없어서 처음엔 좋아 보였는데, 막상 하객 입장에서는 그게 꼭 장점만은 아니었다. 신랑 신부가 야외 스냅 촬영을 식 전부터 오래 찍느라 하객들이 멀뚱히 서서 대기하는 시간만 1시간 반이 훌쩍 넘어갔다. 정원 한쪽에 마련된 임시 의자는 턱없이 부족했고, 햇빛을 피할 만한 그늘막도 마땅치 않아 다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스마트폰만 들여다봤다. 게다가 흙바닥이라 구두를 신고 온 여자 하객들은 걸을 때마다 굽이 흙 속에 푹푹 박혀서 걸음걸이가 묘하게 이상해졌다. 정성스럽게 셋팅된 음식 테이블 위로 가끔씩 바람을 타고 마른 나뭇잎이나 미세한 흙먼지가 날아와 앉는 걸 보면서, 배는 고픈데 이걸 먹어도 되나 싶은 찝찝함이 슬며시 밀려왔다.
일반 실내 예식장의 편리함이 자꾸 머릿속에 겹치던 순간
밥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지난달에 갔던 광주 드메르 웨딩홀 이야기가 나왔다. 거기는 주차가 정말 힘들어서 주차장 들어가는 데만 한참 걸렸던 기억이 나지만, 일단 실내로 들어가면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고 동선이 딱딱 나뉘어 있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식을 볼 수 있었다. 식사도 깔끔한 뷔페식이라 바람 불어 음식에 먼지가 섞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같이 간 친구 녀석은 역시 결혼식은 그냥 남들 다 하는 실내에서 남들이 해놓은 매뉴얼대로 하는 게 최고라며 투덜댔다. 형이 이번 야외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대관료랑 기본 세팅 비용으로만 300만 원 가까이 썼다고 하던데, 옵션으로 음향 시설이나 디렉팅 비용까지 다 합치면 실내 예식보다 돈이 훨씬 더 깨졌을 텐데도 하객들이 느끼는 건 그만큼의 만족도가 안 나오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서른 후반에 접어들어 남의 결혼식을 지켜보는 미혼의 시선
그나저나 결혼식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른을 훌쩍 넘기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다 보니 이런 자리에 혼자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점점 멋쩍어진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 대부분이 부부 동반이거나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나처럼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처지는 몇 안 됐다.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요즘 만나는 사람 없냐, 여자친구는 언제 소개해 줄 거냐 같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대충 얼버무리며 웃어넘기지만 속은 씁쓸하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는 게 마치 불가능한 미션처럼 느껴진다.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겹치는 지인 모임도 없어지고, 그렇다고 소개팅을 나가자니 서로 너무 재고 따지는 게 많아 피곤해지기 십상이다. 여자만나는법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는 내 모습이 한심해 보일 때도 있다.
공개구혼이라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좁아지는 인간관계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50대 싱글남들이 나와서 대놓고 방송에서 공개구혼을 하거나, 연애 예능에 나와서 절박하게 짝을 찾는 모습들이 자주 보인다. 예전에는 저 나이 먹도록 왜 저러고 사나 하며 남의 일처럼 비웃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마음이 100% 이해가 간다. 나이가 들어 고립되고 외로움이 깊어지면, 정말 체면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누구라도 나를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라도 손을 뻗게 되는 것이다. 사적으로 연애상담을 받아봐도 눈을 낮춰라, 활동 범위를 넓혀라 같은 뻔한 이야기만 돌아올 뿐, 실제로 내 마음에 와닿는 해법은 전혀 없었다. 미혼남녀의 비율이 점점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내 주변에는 이미 다 제 짝을 찾아 정착한 사람들뿐이라 가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축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남은 씁쓸하고 찝찝한 뒷맛
식이 대충 마무리되고 신랑 신부의 행진이 끝났을 때쯤, 다들 서둘러 짐을 챙겼다. 돌아가는 택시를 다시 잡으려고 카카오T 앱을 켰는데, 외곽 지역이라 그런지 배차가 쉽지 않아 15분 넘게 도로가에서 먼지를 마시며 기다려야 했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아타고 상무지구로 다시 돌아오면서 차창 밖을 보는데, 오늘 내가 축하해 준 그 부부의 앞날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일 당장 해야 할 일들과 혼자 먹을 저녁 메뉴 걱정이 먼저 앞섰다. 그 형은 그렇게 힘들게 준비한 야외 결혼식을 끝내고 이제 행복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겠지만, 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나는 누군가의 청첩장을 받고 먼 길을 달려가 축하해 주는 하객 역할만 반복하고 있을 것 같다는 묘한 예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집에 도착해 구두를 벗으니 발뒤꿈치가 살짝 까져 있었고, 방 안은 아무 소리 없이 조용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안내판이 쓰러질 뻔한 게 신기하네요.
바람에 먼지가 날아오는 걸 보니까, 음식 맛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바람에 나뭇잎이 섞인 채로 갈비 먹는 모습이 떠올라요. 사진 찍기 위해 정들어진 하객들의 표정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