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한 점집이라는 소문에 이끌려 찾아간 오후
사실 결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다. 양가 부모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상견례까지는 어찌어찌 마쳤는데, 뭔가 확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고 해야 하나. 다들 한 번씩은 해본다는 사주 궁합을 보러 가기로 했다. 친구가 자기 친구가 여기서 보고 결혼 날짜를 정했는데 아주 잘 살고 있다며 귀가 따갑게 칭찬하던 그곳이었다. 예약도 쉽지 않아서 거의 한 달을 기다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평일 오후였는데,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점집 입구부터 향 냄새가 짙게 났다. 비용은 1인당 5만 원이었는데, 둘이 합쳐서 10만 원을 현금으로 드렸다. 계좌이체는 안 된다고 해서 근처 편의점 ATM까지 다녀온 기억이 난다.
너무 술술 풀려서 오히려 당황스러운 이야기
들어가서 앉자마자 생년월일시를 묻더니 종이에 한자를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보통은 인생의 굴곡이나 조심해야 할 점들을 먼저 읊어주는데, 여기는 시작부터 우리 둘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라며 호들갑이었다. 내가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그 사람이 나중에 나타난 형국이라나. 사실 예전에 소개팅 어플에서 잠시 스쳤던 기억이 나긴 하는데, 그땐 서로 대화 몇 마디 하다가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됐었다. 그러다 2년 뒤에 모임에서 다시 만난 거였는데, 점쟁이 분은 그게 다 운명이라며 중간에 엇갈린 것도 다 맞춰야 할 퍼즐이었다고 했다. 듣다 보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이걸 정말 믿어도 되는 건가’ 싶은 마음이 반반이었다.
가을 끝자락으로 정해진 결혼 일정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니 어느새 결혼 날짜 이야기까지 나왔다. 보통은 날짜를 받아온다고 하던데, 여기서는 아예 올해 가을, 10월 중순쯤으로 날을 딱 찍어줬다. 우리 계획은 내년 봄이었는데, 가을에 하는 게 훨씬 기운이 좋다는 말에 우린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오면서 그 사람과 서로 얼굴을 보며 웃었다. ‘진짜 이렇게 정해지는 거라고?’ 싶어서 얼떨떨했다. 예약했던 웨딩홀은 이미 내년 봄으로 가계약을 걸어둔 상태였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부랴부랴 연락해 날짜 변경이 가능한지 물어봐야 했다. 이게 5만 원짜리 조언의 무게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숙제를 미리 끝낸 것 같아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했다.
생각보다 더 복잡했던 예약 변경의 늪
결국 웨딩홀 측에 전화를 돌렸는데, 10월은 이미 인기가 많은 시즌이라 자리가 없다고 했다. 점쟁이의 말만 믿고 덜컥 일을 벌인 내 탓인가 싶어 속이 좀 쓰렸다. 대안으로 찾아본 곳은 강남에 있는 모 웨딩홀이었는데, 식대 비용만 인당 8만 원이 넘어가서 예산이 확 틀어지기 시작했다. 점쟁이가 말한 가을 예식의 기운은 좋은데, 통장 잔고의 기운은 가라앉는 기분이랄까. 그 사람도 나도 처음엔 그냥 웃으며 넘겼는데, 막상 현실적인 견적서가 날아오니 말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게 결혼 준비의 묘미인가 싶기도 하고, 괜히 사주를 보러 갔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결혼 준비는 정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10월 중순이 아닌, 11월 말의 비수기 예식으로 타협했다. 웨딩홀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이게 최선이었다. 점쟁이가 말한 ‘운명적인 가을 기운’은 일단 챙기기로 했다. 그런데 웃긴 건, 이제는 예식 날짜보다 당장 다음 주에 있을 스튜디오 촬영 때 입을 의상이 더 고민이다. 사주를 보고 나면 모든 게 명확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다. 친구들은 결혼 준비하면서 많이 싸운다던데, 우린 아직까진 싸우기보다는 서로 멍하니 서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이게 과연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내일은 드레스 투어를 가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피곤한 느낌이다.
사주 본 후 결혼 날짜를 확정하는 게, 어쩐지 전통적인 방식이 좀 더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스튜디오 촬영 의상 때문에 혼란스러워요! 저도 사주 보고 나서 더 많은 고민이 생기는 걸 느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