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 정하다가 지쳐버린 이야기

신혼여행지 정하다가 지쳐버린 이야기

처음엔 하와이면 다 될 줄 알았지

결혼 준비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다들 그렇겠지만, 우리도 참 순진했다. 그냥 적당히 남들 가는 곳으로 가서 푹 쉬다 오면 되겠지 싶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나오는 괌이나 하와이 같은 곳들이 사실 제일 만만해 보였다. 대구웨딩박람회 같은 곳을 지나가다 우연히 들어가 봐도 다들 하와이를 추천하길래, 그게 정석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엑셀로 결혼 예산을 정리해보니까 신혼여행에 쓸 수 있는 금액이 생각보다 빡빡했다. 비행기 표 값이랑 숙소 비용을 합쳐보니 슬슬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행사 상담을 받아보니 1인당 몇백만 원은 우습게 깨지더라. 예산 계획이라는 게 참 잔인한 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은 한정되어 있고 여행 욕심은 계속 늘어만 간다.

어머님 말씀 한마디에 방향이 바뀌다

한참 신혼여행지를 어디로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의외의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어머니께서 예전에 신혼여행으로 다녀오셨던 호텔 이야기를 꺼내신 거다. 처음에는 그냥 옛날이야기 하시나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우리도 그 호텔을 후보군에 넣게 되었다. 가격대가 좀 있긴 했지만, 어머님의 추억이 깃든 곳이라니 의미가 남달라 보였다. 사실 몰디브 같은 휴양지도 고려해봤는데, 거기는 숙소 하나 정하는 것도 일이었다. 바카루 리조트인가 하는 곳을 찾아보니 예산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서 금방 포기했다. 결국 부모님의 기억 속에 있는 그 장소가 우리에게도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었다. 참 아이러니하다. 최신 트렌드를 쫓아 여기저기 검색하던 시간보다, 어머님 한마디에 마음이 기울어지는 게 훨씬 빨랐으니까.

대구에서 시작한 정보 수집의 늪

사실 대구에 살면서 결혼 준비를 하다 보니 정보가 참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연웨딩박람회 같은 곳에 가서 스드메 상담도 받고, 한샘가구에서 가구 배치도 고민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신혼여행은 뒷전이 되기 일쑤였다. 여행사에서는 자꾸만 맞춤형 허니문 상품을 권하는데, 이게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냥 비싼 패키지인지 구분이 잘 안 갔다. 어느 날은 박람회에서 받은 팸플릿을 침대 위에 잔뜩 펼쳐놓고 한참을 쳐다만 봤다. 대략적인 예산을 짰는데도 불구하고, 예물이나 예단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때마다 신혼여행 비용에서 조금씩 떼어내야 했다. 그때 정말 많이 지쳤던 것 같다.

다 준비하고 나니 왠지 허탈한 마음

어찌어찌해서 숙소도 정하고 비행기도 예약했다. 비용은 대략 800만 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게 적당한 건지 아니면 더 아낄 수 있었던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남들은 다들 즐겁게 준비한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하나하나가 숙제처럼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결혼식 당일 축의금 때문에 고민하거나 예산 때문에 얼굴 붉히는 상황이 우리에겐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정작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도 ‘정말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여행 가서 푹 쉬고 오면 다 잊힌다고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짐 싸는 것도 귀찮고 다 예약했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짐처럼 느껴진다.

아직도 남은 의문들

막상 결제를 다 끝내고 나니 오히려 차분해졌다. 예산을 아끼려고 여기저기 재고 따지던 시간들이 이제는 좀 우습기도 하다. 만약 시간이 다시 돌아간다면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싶기도 하고. 괌이나 하와이로 떠난 친구들은 돌아와서 ‘비싼 값을 한다’고들 하는데, 우리 선택이 그만큼의 만족을 줄지는 현지에 도착해봐야 알 것 같다. 몰디브의 바카루 같은 고급 숙소를 선택하지 못한 미련이 아주 없다고는 못 하겠다. 하지만 어머님의 추억이 깃든 곳에서 지내다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 세뇌하는 중이다. 여행은 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지쳐버린 이 기분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지, 지금은 그게 제일 큰 고민이다.

댓글 4
  • 저는 어머님 추억이 담긴 곳을 찾는 게 오히려 현실적인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몰디브 같은 다른 곳은 예산 때문에 꿈만 좇는 기분이 들었죠.

  • 바카루 같은 곳은 정말 탐났네요. 예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부분 공감합니다.

  • 사진 보니까 몰디브 생각하는 모습이랑 똑같더라구요. 예산 때문에 결국 가족의 추억을 따라 가는 건데, 그게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 하와이는 너무 과도하게 홍보되는 것 같아요. 대구에서 정보를 찾으신 것도 흔치 않네요, 신중하게 고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