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에서 덜컥 계약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든 생각

박람회에서 덜컥 계약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에 든 생각

어쩌다 가게 된 대구 웨딩박람회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선택지가 너무 많다’는 거였다. 대구 시내 여기저기에 드레스샵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막상 스튜디오랑 메이크업까지 엮으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주말에 마침 열린 웨딩박람회 일정을 보고 별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사실 처음에는 분위기만 살짝 보고 오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서 상담받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리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이 지금 계약하면 혜택이 어쩌고저쩌고 하시는데, 이미 오후 3시가 넘어가니 그냥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10월 신혼여행지는 결국 정해지지 않았다

원래는 칸쿤신혼여행비용을 알아보다가 거긴 너무 멀어서 포기했고, 결국 만만한 푸켓풀빌라나 동남아 쪽으로 눈을 돌렸다. 박람회 여행사 담당자분은 몰디브가 최고라고 하는데, 이동 시간을 생각하면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스피드보트 타고 들어가다가 멀미라도 할까 봐 걱정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푸켓은 직항도 있고 공항에서 멀지 않은 리조트도 많다고 하는데, 10월이면 날씨가 변덕스러울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나니 다시 고민이 깊어졌다. 하와이도 고려 안 한 건 아닌데 견적을 받아보니 예산에서 벌써 200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예식장 비용과 겹쳐지는 머릿속 계산기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랑 한참을 조용히 있었다. 예식장 비용만 해도 예산을 훌쩍 넘겼는데, 여기에 신혼여행까지 붙이니 이게 정말 맞는 건가 싶었다. 요즘은 뭐든 선택 사항이라지만, 사실 안 할 수는 없는 구조다. 누구는 신혼여행에 돈을 아껴서 가전이나 가구에 더 투자하라는데, 막상 닥쳐보니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된다. 이미 계약금은 걸어버렸고, 계약서를 가방에 넣어두었는데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개운하지 않고 무겁다.

웨딩 스냅 촬영이 고민인 이유

가장 고민인 건 사실 신혼여행지에서의 스냅 촬영이다. 어차피 예식 끝나고 정신없을 텐데 현지 가서 또 드레스 입고 사진 찍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인스타그램 보면 다들 예쁜 배경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데, 막상 우리 성격에 카메라 앞에서 웃으면서 포즈 취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다. 예전에 어디 놀러 갔을 때도 사진기 들고 싸우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카메라 내려두고 밥이나 편하게 먹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또 막상 안 찍으면 나중에 서운할까 봐 그게 제일 고민이다.

여행사 담당자의 확신에 섞인 의구심

담당자는 10월이면 어딜 가나 다 좋다고, 예약만 빨리하면 무조건 이득이라고 했다. 근데 왠지 그 말을 100% 믿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영업 중단 사태 같은 뉴스를 가끔 접해서 그런지, 돈 먼저 내고 기다리는 게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 셀프로 해버릴까 싶다가도, 하나하나 알아보는 귀찮음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접힌다. 예약은 걸었지만 여전히 다른 옵션이 자꾸 눈에 밟힌다. 지금 이 결정이 나중에 잘한 일이라고 스스로 다독일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뒀어야 하는 일이었는지 아직도 결론이 안 난다.

정답이 없는 것 같은 결혼 준비

결국 집으로 돌아와 씻고 누웠는데도 결혼 준비 관련해서 검색창만 계속 넘기게 된다. 남편은 옆에서 벌써 자는데, 나만 혼자 이런저런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모리셔스니 하와이니 말은 많지만 결국 우리 예산 안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 누가 결혼은 현실이라더니, 시작하기도 전에 현실의 벽을 너무 세게 체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하다. 내일은 또 출근해야 하는데, 머릿속엔 계속 비행기표 가격과 리조트 옵션들만 뱅글뱅글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