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에나 호텔 구경 갔다가 주차장에서 현타 온 이야기

엘리에나 호텔 구경 갔다가 주차장에서 현타 온 이야기

엘리에나 호텔 로비에서 느꼈던 묘한 긴장감

지난주였나, 강남 쪽에 결혼식장 몇 군데를 둘러보러 다녔다. 사실 처음부터 호텔 예식을 고집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요즘 하도 예식장 잡기가 어렵다는 소리를 귀에 못 박히게 들어서, 발품이라도 팔아보자는 심정이었다. 엘리에나 호텔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주위에서 결혼식 다녀온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하긴 했다. 입구에 들어서는데 로비가 생각보다 훨씬 붐비더라. 딱 들어갔을 때의 그 웅장함보다는 사람들의 복잡한 동선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상담 실장님이랑 약속 시간을 딱 맞춰 갔는데도, 앞 타임 식이 안 끝나서 그런지 로비는 하객들로 북새통이었다. 꽃향기가 진하게 났는데 그게 사람 많아서 섞인 열기랑 묘하게 섞여서 약간 머리가 어질했다.

샹들리에 밑에서 예산 생각하며 멍하니 서 있기

셀레나 홀이었나, 화이트 톤에 샹들리에가 화려하게 박힌 그 홀을 보는데 솔직히 예쁘긴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느낌이 그대로였다. 그런데 옆에서 설명을 듣다 보니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대관료랑 식대 견적을 듣는데, 이게 내가 생각했던 예산 범위를 조금씩 넘어서기 시작하더라. 예비 신랑이랑 둘이서 서로 쳐다보는데, 둘 다 웃고는 있지만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다 보였다. 담당자가 2027년 얼리버드 혜택 얘기도 꺼냈는데, 당장 내년 예식도 아니고 2년 뒤를 지금 이렇게 미리 고민해야 하나 싶어서 아득해졌다. 호텔 웨딩은 그냥 돈만 내면 다 알아서 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 ‘알아서’ 해주는 게 다 돈이더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의 한숨

상담 마치고 차 빼러 가는데 주차장에서 진짜 제대로 현타가 왔다. 주말 강남 한복판이라 그런지 주차장 내려가는 길부터 이미 꽉 막혀있었다. 지하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앞서 결혼식을 마친 하객들이 우르르 내려오면서 차를 찾느라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호텔 결혼식은 하객들 주차 편의가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로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좁은 통로에 차들이 엉켜있고, 안내해주시는 분들이 계속 소리를 치는데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 갑자기 ‘우리 꼭 여기서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결국 차를 빼서 나오는데 한참이 걸렸다. 강남 바닥에서 30분 넘게 주차장 탈출하려고 씨름하다 보니, 예식장 고민보다 그냥 어디 가서 시원한 냉면이나 한 그릇 먹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든 생각들

집에 오는 길에 시흥 쪽 웨딩홀 사진도 찾아보고 중구 쪽 호텔도 대충 검색해 봤다. 사실 강남에 있는 호텔 웨딩이 폼은 나겠지만, 하객들 입장에서도 매번 주말 강남 교통 체증을 뚫고 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다. 나도 하객으로 갔을 때 주차 때문에 짜증 났던 기억이 몇 번 있는데, 그걸 내가 우리 예식에서 재현하게 될까 봐 걱정되는 거다. 전문 웨딩 플래너가 붙어서 세심하게 해준다는 그 서비스가 정말 우리한테 필요한 건지, 아니면 그저 남들 다 하니까 따라가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일단 받아온 견적서는 식탁 위에 던져놨다. 남편 될 사람은 벌써 지쳤는지 씻으러 들어가 버렸다. 당분간은 예식장 생각 안 하고 그냥 좀 쉬고 싶다.

호텔 예식과 현실 사이의 미묘한 온도 차이

결국 고민의 끝은 항상 ‘예산’과 ‘편의성’ 사이의 싸움으로 돌아온다. 호텔 측에서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조하고, 인테리어를 자랑하지만, 막상 그 공간을 채우는 건 우리랑 우리 손님들이다. 화려한 샹들리에 밑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게 중요한지, 아니면 하객들이 편하게 와서 기분 좋게 밥 먹고 가는 게 중요한지. 지금은 솔직히 뭐가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강남 쪽 호텔을 선호하던데, 나만 너무 현실적인 것만 따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결정은 내 몫인데, 아직 확신이 안 서니 더 답답하다. 아마 이번 주말에도 또 어디론가 상담 예약을 잡게 되겠지. 이게 결혼 준비의 전부라면 너무 지루한 과정이다.

댓글 3
  • 화려한 샹들리에 보니까, 결혼식 예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부분이 많아 보이네요.

  • 주차장 때문에 현타는 정말 공감되네요. 샹들리에 보면서 예산 생각하는 모습이 딱 그랬어요.

  • 주차장 상황 진짜 공감돼요. 웅장한 로비 사진 찍기 급급한 상황과는 다르게, 주차 공간이 없어서 답답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