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박람회 갔다가 얼떨결에 상담만 세 시간

웨딩박람회 갔다가 얼떨결에 상담만 세 시간

웨딩박람회는 생각보다 기운 빠지는 곳이었다

처음 결혼 준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의욕이 넘쳤다. 그냥 예쁜 홀 구경하고 드레스 사진이나 좀 보면 되겠거니 싶어서 강남에서 열린 웨딩박람회장에 들어섰다. 입구부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는데, 사실 나는 정보 좀 얻으려고 간 거였지 당장 계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근데 상담 부스에 앉자마자 플래너분이 거의 쉴 틈 없이 정보를 쏟아내시더라. 마포 쪽이랑 여의도 웨딩홀 몇 군데를 추천해주시는데, 솔직히 인터넷에서 보는 것보다 사진도 훨씬 많고 식대나 대관료 같은 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계산기로 두드려주니 정신이 혼미했다. 오후 2시에 들어가서 나왔을 때는 해가 다 지고 있었으니 거의 3시간 넘게 상담만 받은 셈이다.

웨딩반지보다 먼저 보게 된 것들

결혼하면 당연히 웨딩반지부터 고르는 줄 알았는데, 박람회장에서는 다들 스드메 이야기뿐이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커플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거의 서너 군데 업체를 줄줄이 계약하는 분위기라 묘한 압박감까지 들었다. 사실 나는 야외 웨딩홀도 고려 중이라고 지나가는 말로 던졌는데, 거기서부터는 야외 촬영 연계 상품이나 드레스 숍 정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때 받았던 리플렛만 가방에 한 뭉치였는데, 집에 돌아와서 펼쳐보니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 가격대가 최소 300만 원대부터 시작해서 천차만별인데, 비교할수록 오히려 머릿속만 더 복잡해졌다.

2부 드레스는 꼭 빌려야 하는 걸까

상담 중에 가장 의아했던 건 2부 드레스 대여였다. 드레스 숍 분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피로연 때 입을 2부 드레스 대여를 추천했다. 대여 비용만 대략 40만 원에서 70만 원 사이였는데, 예식 당일 잠시 입는 옷에 그 정도 돈을 쓰는 게 맞나 싶어서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그 자리에서는 확답을 못 하고 나왔다. 세이클럽 타키 같은 커뮤니티에서 예전에 본 글들처럼 ‘결혼은 다 거품’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기도 했다. 막상 결혼 준비를 시작하니 챙겨야 할 게 너무 많아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신경 쓰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여의도와 마포 사이에서 고민만 깊어지네

식장은 여의도 웨딩홀 쪽이 교통이 편해서 마음에 두었는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마포 쪽이 생각보다 가성비가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예산은 대략 식대 포함해서 2천만 원 내외로 잡고 있는데, 이게 또 옵션을 하나씩 붙이다 보면 금방 3천만 원이 넘어갈 기세다. 누가 결혼은 현실이라더니, 정말 예산표 짜는 게 제일 큰 숙제다. 오늘 받은 견적서들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는데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다음 주에는 진짜 식장 투어를 다녀봐야 하는데, 벌써부터 발이 아픈 느낌이다. 주변 친구들은 어떻게 다들 잘 치렀는지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