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스튜디오 촬영 날 생각보다 훨씬 피곤했던 기억

웨딩 스튜디오 촬영 날 생각보다 훨씬 피곤했던 기억

어쩌다 보니 웨딩 스튜디오 촬영을 예약하게 된 날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느낀 건, 생각보다 결정해야 할 게 끝도 없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그냥 대충 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고 주변 결혼한 친구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게 또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특히 웨딩 스튜디오 촬영은 예산도 꽤 들어가고, 하루 종일 찍어야 한다는 사실에 은근히 부담이 컸다. 내가 예약을 진행했던 강남구청 근처의 한 스튜디오는 촬영 비용만 거의 250만 원 가까이 들었는데, 여기에 헤어랑 메이크업, 그리고 예복 대여 비용까지 합치니까 생각보다 예산이 훌쩍 넘어갔다. 사실 처음에 견적서를 받았을 때는 이게 적당한 가격인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냥 다들 이 정도는 쓰니까, 하면서 결제 버튼을 누르긴 했는데 나중에 정산할 때 통장을 보면서 한숨을 좀 쉬었던 기억이 난다.

촬영 당일 아침부터 꼬여버린 일정

촬영 날은 아침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전 10시까지 메이크업 숍에 도착해야 했는데, 전날 너무 긴장했는지 잠을 설쳐서 그런지 눈이 잘 안 떠지더라. 스튜디오 촬영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 넘어서야 끝났는데, 중간에 옷 갈아입고 머리 만지는 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6~7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작가님이 계속 웃으라고 하시는데, 이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웃는 게 어색해서 입꼬리에 경련이 올 것 같았고, 나중에는 그냥 영혼 없이 웃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 작가님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라고 외치실 때마다, 내 얼굴이 이미 굳어있다는 걸 실감해야 했다. 옆에서 도와주시는 헬퍼 이모님께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다. 드레스가 꽉 조여서 숨 쉬기가 힘들었는데, 그때마다 조금씩 풀어주시고 케어해주시는 걸 보며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예복 대여와 스튜디오 분위기의 온도 차

내가 선택한 예복 대여 업체는 청담 쪽이었는데, 여기서 빌린 턱시도가 생각보다 몸에 잘 맞아서 다행이었다. 사실 맞춤을 할까 고민도 했는데, 결혼식 당일 말고는 입을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대여로 타협했다.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스튜디오 촬영 당일, 그곳에는 우리 말고도 다른 세 커플이 더 있었다. 다들 각자 촬영하느라 바쁜데, 대기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묘하게 서로 의식하게 되는 그 분위기가 참 이상했다. 누가 더 비싼 드레스를 입었나, 누가 더 표정이 자연스럽나를 알게 모르게 비교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조금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런 게 다 무슨 의미인가 싶으면서도, 막상 촬영 결과물이 나오면 잘 찍혔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마음이 공존했다.

촬영이 끝난 후 남은 피로감

해가 지고 나서야 스튜디오를 나왔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얼굴 근육은 다 풀린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남자친구와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면서 ‘진짜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하겠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사진 원본 데이터를 나중에 이메일로 받았는데, 보정본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천 장의 사진 중에 겨우 20장을 고르는 작업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보면서 ‘내 팔뚝이 왜 이렇게 나왔지’, ‘이 표정은 너무 이상해’ 하면서 스트레스받는 과정 자체가 사실 불필요한 소모 같기도 했다. 결국 몇 장은 포토샵의 힘을 빌리기로 했지만, 원본의 그 어색한 느낌이 자꾸 생각나서 찝찝함이 가시질 않았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선택에 대한 고민

촬영을 마치고 나니, 과연 이 과정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남들 다 하니까 따라가는 흐름 속에 있는 건지, 아니면 우리가 정말 원해서 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 주변에 외국인 친구가 있어서 이런 결혼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왜 그렇게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사진을 찍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 말을 듣는데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우리만의 관습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상업적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있다는 걸 나도 알기 때문이다. 지금도 보정본을 기다리고 있지만, 막상 사진이 나오면 액자에 걸어둘지, 그냥 드라이브에 넣어두고 잊어버릴지 잘 모르겠다.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정답 없는 문제를 계속해서 풀어가는 과정인가 보다.

댓글 1
  • 사진 찍는 동안 작가님 웃으시는 모습 보면서, 제 얼굴은 완전 僵 (joeng - frozen) 된 것 같았어요. 그래도 결과물이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