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보정하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드레스 보정하다가 결국 노트북을 덮어버렸다

포토샵과 씨름하며 보낸 주말

결혼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만만하게 봤던 게 바로 사진이었다. 친구들 중에 사진 잘 찍는 애들도 있고, 요즘은 어도비 포토샵 생성형 채우기 기능이 하도 좋아서 웬만한 건 다 해결된다길래 덜컥 결제부터 했다. 한 달 구독료가 3만 원 좀 넘었나. 굳이 비싼 업체에 보정을 맡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노트북 앞에 앉으니 상황이 영 달랐다. 배경에 찍힌 사람들을 지우려고 선택 영역을 지정하고 생성형 채우기를 눌렀는데, 결과물이 꼭 뭉개진 그림판 수준이다. 왜 유튜브 영상 속 사람들은 클릭 한 번에 깔끔하게 지워지는지 모르겠다. 내 노트북 사양이 문제인지, 아니면 그냥 내 손이 문제인 건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답답해서 그냥 창을 닫아버렸다.

식물관PH에서의 촬영 고민

사실 소규모 결혼식을 하겠다고 장소를 식물관PH 같은 곳으로 알아볼 때만 해도 분위기만 좋으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그때는 딜라라 핀디코글루가 디자인한 독특한 드레스 같은 걸 입고 자유분방하게 파티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웨딩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모든 게 현실적인 문제로 치환된다. 대관료만 해도 수백만 원 단위가 왔다 갔다 하니, 예산 안에서 뭘 포기하고 뭘 가져갈지 매일 밤 머리를 싸매게 된다. 예전에 친구가 결혼할 때 웨딩 DVD가 필수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돈으로 차라리 식사 퀄리티를 올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정답이 없는 것 같다.

명품 반지와 현실적인 예산 사이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손흥민 반지가 화제라는 글을 봤다. 970만 원짜리 웨딩 밴드라는데, 가격을 보는 순간 기가 찼다. 우리가 생각하는 예산의 반절이 반지 하나로 나가는 셈이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좋은 걸 하고 싶겠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어보니 그런 건 다 남의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은 누굴 만나서 어디서 결혼한다는 소식들을 쏟아내는데, 나는 지금 노트북 앞에서 보정 프로그램 오류 하나 해결 못 해서 끙끙대고 있으니 말이다. 소개팅 앱에서 훈남을 만났다거나 하는 로맨틱한 이야기는 우리와 거리가 먼 것 같다.

스튜디오 촬영에 대한 회의감

처음엔 셀프 스튜디오를 빌려서 우리만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조명을 맞추는 것도, 포즈를 취하는 것도 어색하기만 하다. 억지로 웃으려니 광대가 경련이 날 것 같고, 사진 속 내 얼굴은 꼭 미인대회 나가는 사람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다. 업체에 맡기면 적어도 전문가가 알아서 구도를 잡아주니 마음은 편하겠지만, 그만큼 또 비용이 올라가니 딜레마다. 결국 촬영 드레스는 빌려야 할 텐데, 샵에 가서 입어보고 또 몇십만 원씩 결제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이 몰려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 제일 힘든 건 ‘이게 정말 필요한 건가’ 하는 의문이다. 누군가는 웨딩 밴드에 몇백을 쓰고, 누군가는 사진에 집착하고, 누군가는 식장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 나도 처음엔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어서 포토샵까지 결제했지만, 지금은 보정하는 시간조차 아까워지고 있다. 그냥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도 될 것 같은데, 또 막상 인생에 한 번뿐이라 생각하면 그게 마음처럼 쉽게 안 된다. 아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내일이면 다시 노트북을 켜고 포토샵 오류를 검색하고 있겠지. 해결책은 딱히 없는 것 같다. 그냥 버티면서 하나씩 해나가는 거지.

댓글 1
  • 드레스 샵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생각보다 부담될 것 같아요. 특히 디자인 때문에 더 고민이 많아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