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너 계약은 그냥 자연스러운 순서인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나도 당연히 웨딩플래너를 끼고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박람회 같은 데 가면 뭐라도 싸게 해주겠거니 싶어서 가볍게 방문했던 건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덜컥 계약금을 걸고 왔다. 200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을 일단 묶어두고 나니까 그때부터는 돌아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더라. 상담해주던 플래너는 정말 친절했다. 뭐든지 알아서 척척 해주겠다고 했고, 우리 둘의 성향에 맞는 스튜디오랑 드레스 샵을 추천해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으니까. 처음 몇 번은 정말 편했다. 그냥 시간 맞춰서 샵에 가기만 하면 됐으니까.
스튜디오 촬영 준비하면서 생겼던 묘한 불편함
문제는 촬영 날짜가 다가오면서부터였다. 처음에 계약할 때는 스드메 패키지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했던 것들이, 갑자기 샵 사정이 바뀌었다거나 옵션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꼼꼼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원래 이 바닥이 이런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 거다. 특히 광주 쪽에 괜찮은 야외결혼식장 알아보다가 플래너한테 물어봤을 때, 본인이 추천하는 곳은 내가 생각했던 예산보다 30% 정도 비쌌다. 근데 거기 말고 다른 곳을 내가 따로 컨택해보겠다고 하니까 표정이 미묘하게 굳더라. ‘거기는 연계가 안 되어 있어서 진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내가 일을 크게 만드는 건가 싶어서 그냥 입을 다물게 됐다.
온라인 정보랑 실제 상담 내용이 다를 때의 당혹감
가끔 밤에 자기 전에 커뮤니티나 카페 글들을 읽어본다. 거기서는 다들 합리적으로 계약했다고 자랑도 하고, 플래너 없이 발품 팔아서 훨씬 저렴하게 했다는 후기도 올라온다. 그런 글을 보고 있으면 내가 지금 바가지 쓰고 있는 건가 싶어서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얼마 전에는 뉴스에서 신축 예식장 공사가 멈춰서 예비부부들이 발 동동 구른다는 기사를 봤는데, 남 일 같지가 않아서 한참을 그 기사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계약한 곳은 다행히 그런 일은 없겠지만, 플래너 업체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계약 조건이 바뀌면 우리는 어디에다 호소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다.
소통의 오류가 쌓여가는데 풀 방법이 없다
플래너랑 카톡을 하면 ‘네, 신부님~ 걱정 마세요!’라는 답장이 온다. 그게 제일 답답하다. 나는 구체적으로 걱정되는 부분을 물어본 건데, 돌아오는 답은 항상 똑같은 긍정적인 말들뿐이다. 뭔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특히 드레스 피팅 날, 내가 원하는 느낌이랑 전혀 다른 옷만 계속 가져오길래 말을 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플래너가 ‘이게 요즘 유행이에요’라면서 내 의견을 묘하게 차단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그냥 분위기 깨기 싫어서 웃고 넘어갔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주인공이 맞나 싶더라.
이제는 그냥 내가 주도권을 쥐어야 하는 건지
이제 결혼식까지 몇 달 남지 않았다. 지금 와서 플래너를 바꿀 수도 없고, 그냥 남은 기간은 내가 좀 더 독하게 굴어보려고 한다. 예전에는 플래너가 추천해주면 ‘아, 그렇구나’하고 따랐는데 이제는 내가 엑셀 파일 켜놓고 하나하나 다 비교해보고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준비해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가끔은 그냥 다 귀찮아서 아무나 붙잡고 ‘알아서 해주세요’ 하고 싶다가도 막상 돈 들어간 거 생각하면 그렇게 안 된다. 결혼 준비라는 게 원래 이렇게 끝까지 불안함을 안고 가는 건지, 아니면 내가 유독 유난을 떠는 건지 모르겠다. 옆에서 예비 남편은 ‘다들 그렇게 하잖아’라고만 하는데, 그 말이 더 힘 빠지게 만든다.
플래너가 추천해주는 스튜디오는 예산 초과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하게 느껴지네요.
플래너를 쓰니까 비용이 계속 올라가는 게 눈에 잘 보이네요. 특히 야외 촬영장 때문에 예산 맞춰서 진행하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