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초 쪽 웨딩홀 투어 다니던 날의 기억
결혼 준비를 처음 시작할 때는 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해서 인터넷 검색부터 엄청 했다. 다들 하는 말들이 상견례 끝나면 바로 예식장부터 잡으라고 하길래, 남자친구랑 손잡고 무작정 서울 서초구 일대의 웨딩홀들을 몇 군데 돌아봤다. 사실 처음에는 라움웨딩홀처럼 좀 고급스러운 느낌의 장소를 눈여겨봤는데, 막상 가서 견적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예산이 훌쩍 넘어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대관료만 해도 수백만 원 단위가 오가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 우리가 딱히 화려한 예식을 원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위치나 주차 같은 조건을 따지다 보니 선택지가 의외로 좁았다. 결국 서초 부근의 적당한 가격대를 가진 곳으로 가계약을 걸어두고 나왔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런지 홀가분함과 동시에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피로감이 동시에 밀려왔던 것 같다.
웨딩드레스 투어는 생각보다 지치는 일이었다
예식장을 잡고 나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로 웨딩드레스 투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웨딩플래너 업체를 끼고 진행했는데, 플래너님이 추천해 주는 곳이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처음 샵에 들어가서 드레스를 입어볼 때는 나름 설레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한 벌 입고 벗을 때마다 헬퍼 이모님의 도움이 없으면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더라. 꽉 끼는 코르셋을 조이고 나면 숨쉬기도 버겁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맞나 싶기도 하고. 한 3군데 정도 돌아다니니까 나중에는 그냥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어떤 스타일이 나한테 어울리는지도 잘 모르겠고, 단순히 비싼 게 좋은 건지 아니면 내 체형 보완이 되는 게 중요한 건지 판단력이 흐려졌다.
혼주 드레스와 사소한 고민들
우리 엄마랑 시어머니 드레스도 문제였다. 원래는 한복을 맞추려고 했는데, 요즘은 양가 어머니들이 혼주 드레스를 입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샵을 같이 알아봤다. 이게 의외로 예민한 문제였다. 양가 어머니 취향이 다르다 보니, 한쪽은 너무 화려한 걸 원하시고 한쪽은 차분한 걸 원하셔서 중간에서 내가 얼마나 곤란했는지 모른다. 그냥 무난하게 대여로 가자고 설득하느라 몇 번이나 통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돈도 돈이지만, 누굴 더 챙기고 덜 챙기고를 따지게 되는 상황 자체가 사람을 참 피곤하게 만들더라. 50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의 대여료도 부담인데, 여기에 추가 옵션까지 붙으면 정말 끝이 없다.
웨딩 스냅 촬영과 제주도 로망의 실체
남들은 제주도 스몰 웨딩이다 뭐다 해서 예쁜 사진들을 많이 찍던데, 나도 처음엔 그런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준비해보니 비용이 정말 만만치 않다. 제주도까지 비행기 타고 내려가서 작가 섭외하고 메이크업샵 예약하고 촬영 소품 챙기고… 생각만 해도 진이 빠졌다. 결국 서울 근교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는데, 촬영 날 아침부터 메이크업 받고 웃으면서 사진 찍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 표정은 굳어가는데 작가님은 계속 ‘더 웃으세요, 더 행복하게!’라고 외치시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나중에는 실소만 터져 나왔다. 결과물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지만, 다시 하라면 글쎄, 잘 모르겠다.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들
결혼 준비를 다 마치고 나니 드는 생각은 ‘대체 누구를 위한 준비였나’ 싶다. 처음에 예식장을 예약할 때만 해도 이게 우리의 축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수많은 업체와 사람 사이에서 조율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돈은 계속 나가고, 어떤 선택이 최선이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남들 하는 거 다 따라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정말 우리 식대로 간소하게 했어야 했는지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결혼식은 어찌어찌 끝났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쌓였던 이런저런 서운함이나 피로감은 시간이 좀 지나야 씻겨 내려갈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이게 다 행복한 추억이라는데, 나는 아직 그게 추억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코르셋 입었을 때 숨쉬기 힘들었던 거, 저도 똑같더라구요. 특히 긴장하면 더 심해지던데.
한복 문제도 정말 공감되네요. 시어머니 취향 차이 때문에 고민했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서울 웨딩홀 투어할 때, 작가님이 '더 웃으세요' 계속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실제로 웃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