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단 큰맘 먹고 가본 상담
주변에서 하도 성화라 강남 어디쯤 있는 결혼정보회사에 다녀왔다. 사실 처음부터 여기를 갈 생각은 없었는데, 친구가 하도 ‘너 그러다 정말 혼자 늙는다’는 식으로 겁을 주는 바람에 등 떠밀리듯 갔다. 비용이 최소 30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 단위까지 오가는 걸 보고 일단 말문이 막히더라. 상담해주시는 분은 꽤나 능숙하게 내가 어떤 조건의 사람을 원하는지 물어보셨는데, 막상 말하려니 내가 생각보다 눈이 높은 건지, 아니면 현실 감각이 없는 건지 스스로도 헷갈렸다. 상담실 공기가 너무 건조해서 물을 두 잔이나 마셨던 기억이 난다.
사람을 조건으로 분류한다는 것
상담 중에 가장 기분이 묘했던 건, 내 삶이 철저하게 수치로 환산되는 과정이었다. 연봉, 자산 규모, 학벌, 사는 동네까지. 마치 중고차 매물을 검색할 때 필터를 거는 것과 비슷했다. 내가 평소에 누굴 만날 때 따져보지도 않았던 부분들을 이렇게 대놓고 문서화해서 보니까, 어쩐지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무슨 거래처 계약을 따러 온 기분이 들었다. 상담 실장님은 이게 요즘 결혼 시장의 ‘현실’이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사무실을 나오는 길에 문득 ‘과연 여기서 만난 사람과 첫 데이트에서 무슨 대화를 해야 하지?’ 싶은 생각이 들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오픈채팅방과 소모임의 현실
결정사 가기 전에는 나름 동호회나 오픈채팅방 같은 것도 기웃거려 봤다. 울산 3040 모임 같은 곳 말이다. 근데 거기는 거기가 나름대로 피곤하더라. 누구는 진짜 사람을 찾으러 온 것 같고, 누구는 그냥 술친구나 심심풀이 상대를 찾는 것 같고. 오픈채팅방에서 알게 된 사람과 만나기로 했다가 상대방이 생각보다 너무 달라서 커피만 마시고 급하게 일어난 적이 있다. 그때 커피값이 2만 원쯤 나왔나.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마음은 마음대로 허해서 참 씁쓸했던 기억이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주말에 집에만 있으면 자꾸 마음이 조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40을 앞둔 나이의 애매함
이제 곧 마흔인데, 주변 친구들은 이미 다들 자기 가정 꾸리고 아이들 키우느라 바쁘다. 예전처럼 편하게 ‘야, 나오든가’ 하고 부를 수 있는 친구도 줄어들고, 소개팅 주선도 끊긴 지 오래다.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참 애매하다. 너무 급하게 굴자니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고.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망설이는 건 비용 때문이라기보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서 인연을 맺어야 하는 걸까 싶은 회의감 때문인 것 같다. 가입비 500만 원을 낸다고 해서 내 짝이 바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서 상담 서류를 대충 책상 구석에 던져뒀다. 결정사에서 받은 팸플릿에는 웃고 있는 커플 사진이 가득한데, 내 현실은 여전히 퇴근하고 혼자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아마 다음 달쯤이면 또 마음이 바뀌어서 ‘그냥 가입이나 해볼까’ 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마음을 비우고 동네 와인 모임이나 몇 번 더 나가볼까 싶기도 하고. 정답이 뭔지 모르겠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라고 스스로 되뇌지만, 밤에 혼자 있을 때 문득 찾아오는 적막함은 확실히 낯선 감정이다. 결론은 아직이다. 아니,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오픈채팅방에서 만난 분과 너무 달라서 커피 한 잔에 씁쓸했던 경험, 공감되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 한 번 있었어요.
배달 음식 드시는 모습도 좋지만, 혼자 있을 때의 적막함이 느껴지네요. 와인 모임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