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스마트폰엔 소개팅 어플만 세 개가 깔려있다
어느 날 문득 휴대폰 앱 목록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배달 어플도 아니고 소개팅 앱만 세 개가 나란히 설치되어 있는 걸 봤을 때의 그 기분이란.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민망한데, 사실 그게 내 현실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주변에 소개팅해달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한두 번이지, 나중에는 미안해지기도 하고 괜히 눈치 보이는 것도 싫어서 그냥 내가 알아서 해보자 싶었던 게 시작이었다. 그런데 막상 깔아보니 이게 생각보다 시간 도둑이다.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화면을 넘기다 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 지나가는데, 정작 남는 건 뻐근한 목과 허무함뿐이다. 3만 원, 5만 원씩 결제해서 프로필을 상단에 노출해 볼까 고민하다가도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어 관두기를 반복한다. 요즘은 무슨 ‘결혼 정보 어플’이니 뭐니 해서 등급까지 매기는 곳도 있다는데, 그런 걸 보고 있자니 내 일상이 너무 건조해지는 것 같아서 괜히 씁쓸해지기도 한다.
동문회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예전에는 동문회다 뭐다 나가면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알게 되고, 또 건너건너 소개도 받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모임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 다들 바쁘게 살기도 하고, 다들 결혼 적령기라는 말에 쫓기듯 사니까 대화의 주제도 조금씩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예전에 친했던 형이 결혼한다고 소식을 전했을 때, 축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 나만 또 제자리인가’ 싶은 불안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사실 결혼하고 싶은 건지, 그냥 외로운 건지 나조차도 헷갈릴 때가 많다. 그냥 누군가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인데, 그 과정이 왜 이렇게 복잡하고 피곤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누가 억지로라도 떠밀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선 자리라도 들어오면 조건부터 따지게 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다시 어플 화면으로 돌아간다.
생각보다 많은 돈과 시간을 쏟아붓게 된다
한 번은 유료 멤버십을 결제해 봤는데 꽤 비쌌다. 한 달에 몇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 그 돈이면 맛있는 거나 사 먹지 싶다가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되는 그 심리가 참 묘하다. 1년 동안 배달 어플에 3천만 원 썼다는 기사 속 신동 씨 이야기를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 나도 저 정도는 아니지만, 쌓인 포인트를 보니 꽤 많이 썼더라. 차라리 그 돈을 모았으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왔을 텐데. 대화 좀 해보려고 ‘하트’ 보내고, 메시지 보내고, 답장 기다리다 보면 주말 오후는 순식간이다. 막상 대화가 좀 통한다 싶어서 만나보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할 때도 많다. 사진이랑 너무 다르거나, 대화가 너무 겉돌거나. 그런 날에는 집에 돌아와서 앱을 지워버리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다음 주말이 되면 다시 설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 만나는 일이 이렇게까지 전략적이어야 할까
소개팅 앱 내에서의 대화는 마치 인터뷰 같다. 사는 곳이 어디냐, 무슨 일을 하냐, 취미가 뭐냐. 서로 점수를 매기듯 질문을 주고받는 게 어느 순간부터는 노동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그런 과정을 즐겼던 것 같기도 한데, 이제는 그냥 마음 맞는 사람과 아무 말이나 하고 싶다. 어플에서 만난 사람과 세 번 정도 만났는데 결국 흐지부지 끝난 적이 있다. 헤어지고 돌아오는 길에 쓴 교통비와 카페 비용을 계산해보니 참 부질없더라. 내가 너무 비관적인 건지, 아니면 그냥 시대가 이렇게 변한 건지 가끔은 혼란스럽다. 주변에서는 눈을 낮추라고 하는데, 눈을 낮추는 게 아니라 그냥 ‘감정’이 생기는 과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어플을 켜두고 고민만 하다가 오늘도 그냥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또 마음이 달라질까.
배달 앱만 세 개나 깔고 있는데, 시간 낭비하는 기분이라 계속 삭제하고 다시 설치하는 게 웃기네요.
이런 앱 쓰는 사람들도 결국 혼자 밥 먹는 거 아닐까, 조금씩 매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